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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리뷰

멜로가 체질 몇부작, 서른을 위한 인생 드라마

by OTT언니의 감상노트 2025. 8. 30.

어느 날 문득, 내 이야기가 드라마가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보신 적 있나요? 여기, 우리의 지질하고 웃픈 일상을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담아내어 시청률이라는 숫자와는 상관없이 수많은 '인생 드라마'로 등극한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입니다.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선보인 첫 TV 드라마라는 사실만으로도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드라마,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주인공들의 맛깔나는 '티키타카' 수다와 매회 쏟아지는 주옥같은 명대사들은 우리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들고, 마음 한구석을 찡하게 울리며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저 역시 방영 당시에는 몰랐다가 뒤늦게 입소문을 듣고 정주행을 시작했는데, 왜 사람들이 '멜로가 체질'에 열광하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우리의 서른을 위로했던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 총 몇부작으로 우리를 찾아왔었는지, 그리고 어떤 이야기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멜로가체질포스터
멜로가체질 포스터 그림

서른 살 세 친구의 본격 수다 블록버스터 (feat. 16부작)

'멜로가 체질'은 총 16부작으로, 서른 살 동갑내기 세 친구 임진주(천우희 분), 이은정(전여빈 분), 황한주(한지은 분)가 한집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신인 드라마 작가 진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다큐멘터리 감독 은정, 그리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 한주까지.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세 사람은 매일 밤 거실에 모여 앉아 그날 있었던 일과 연애, 그리고 인생에 대한 고민을 가감 없이 털어놓습니다. 이들의 수다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삶의 페이소스와 위트가 절묘하게 녹아있습니다. "라면이 먹고 싶어",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우리 당장의 위기에 집중하자" 와 같이 소소하지만 현실적인 대사들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과 공감을 안겨주었죠.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이 살아있는 '티키타카' 대사들은 마치 실제 친구들의 대화를 엿듣는 듯한 생생함을 전달하며, 16부작 내내 드라마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평범해서 더 특별했던 세 친구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서른들에게 '너만 힘든 게 아니야'라는 따뜻한 위로를 건넸습니다.

"눈은 왜 맨날 예쁘고 난리야" 명대사 제조기들의 향연

이 드라마를 '명대사 맛집'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주인공 3인방뿐만 아니라, 드라마 PD 손범수(안재홍 분), 마케팅팀 신입사원 추재훈(공명 분) 등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툭툭 던지는 대사 하나하나가 우리의 마음을 관통합니다. 특히 똘끼 넘치는 작가 임진주와 엉뚱하지만 소신 있는 감독 손범수가 만나 "정들면 안 되는데", "사랑해요. 근데 감독님 말고 다른 거"와 같은 예측불허의 대사를 주고받으며 만들어내는 독특한 로맨스는 이 드라마의 백미입니다. 또한, 남자친구를 잃은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은정이 보이는 환영과 대화하며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 워킹맘 황한주가 직장 후배 추재훈에게 느끼는 미묘한 감정선 등은 '멜로'라는 장르를 한층 더 입체적이고 깊이 있게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멜로가 체질'의 명대사들은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곱씹게 되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 드라마를 보며 자신만의 '최애' 명대사를 마음속에 하나쯤은 품게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시청률은 숫자일 뿐, 우리 모두의 인생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방영 당시 1%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종영된 이후, 입소문을 타고 VOD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역주행' 신화를 쓰며 수많은 '미친 자(멜체에 미친 자)'들을 양산해냈습니다. 이는 자극적인 설정이나 막장 전개 없이도, 오직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섬세한 연출만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좋은 예입니다. 드라마는 우리에게 '서른 되면 괜찮아져요'라고 섣부른 위로를 건네는 대신,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면 된다고 덤덤하게 등을 토닥여줍니다. 불안하고 흔들리는 서른의 언저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과도 같았습니다. 16부작의 여정이 끝났을 때, 우리는 그저 드라마 한 편을 본 것이 아니라, 좋은 친구들과 실컷 수다를 떨고 난 뒤의 후련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약 아직 '멜로가 체질'을 보지 않으셨다면, 혹은 문득 삶이 고단하게 느껴진다면, 오늘 밤 세 친구의 유쾌하고 진솔한 수다에 한번 귀 기울여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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