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인생 드라마로 불리는 이유, 정주행 후기
수많은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이지만,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고 '명작' 또는 '인생 드라마'로 회자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저에게 그런 작품 중 하나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2013년에 방영된 tvN 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을 선택할 것입니다. 방영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지금 다시 봐도 촌스럽기는커녕 오히려 더 세련되고 완벽하게 느껴지는 스토리에 감탄하게 됩니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이토록 치밀하고 철학적으로 풀어낸 드라마가 또 있었을까요? 아직 이 명작을 접하지 못하셨거나, 과거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은 분들을 위해 '나인'이 총 몇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왜 반드시 봐야 하는지에 대한 꼼꼼한 정주행 후기를 남겨봅니다.
총 20부작, 신의 영역에 도전한 한 남자의 시간여행
'나인'은 총 20부작으로 구성되어, 짧지 않은 호흡 속에 거대한 서사를 빈틈없이 담아냅니다. 이야기는 뇌종양 말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방송기자 박선우(이진욱 분)가 형의 유품 속에서 20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신비의 향 9개를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단 30분, 오직 아홉 번만 허락된 시간여행. 선우는 이 기회를 이용해 가족을 파멸로 이끌었던 과거의 비극을 바로잡으려 합니다. 하지만 과거를 바꾸는 순간, 현재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사랑했던 연인 주민영(조윤희 분)이 하루아침에 자신의 조카가 되어버리는 끔찍한 나비효과를 겪게 되는 것이죠. 과거를 바꾸려는 인간의 오만함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극,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한 남자의 처절한 사투가 20부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속에서 펼쳐집니다.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선택과 책임의 무게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송재정 작가, 천재적인 구성과 소름 돋는 복선
'나인'을 이야기할 때 작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W(더블유)', '인현왕후의 남자' 등 집필하는 작품마다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으로 유명한 송재정 작가의 천재성이 이 작품에서 폭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인'의 세계관은 매우 논리적이고 치밀합니다. 시간여행의 규칙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나비효과가 단 하나의 설정 오류도 없이 20부작 내내 촘촘하게 연결됩니다. 사소해 보였던 장면이나 대사가 후반부의 거대한 사건을 암시하는 복선으로 작용하는 것을 발견할 때면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매회 엔딩은 다음 회를 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엔딩 맛집'으로도 유명했죠. 현재의 박선우와 20년 전 과거의 어린 박선우(박형식 분)가 무전기로 소통하며 공조하는 장면 등은 지금 봐도 정말 창의적인 명장면으로 기억됩니다. 이처럼 탄탄한 대본은 배우들의 인생 연기를 이끌어냈고, 시청자들을 완벽하게 설득시켰습니다.
결말까지 완벽한, 우리가 '나인'을 인생 드라마로 꼽는 이유
많은 시간 여행 드라마들이 용두사미 결말로 아쉬움을 남기는 반면, '나인'은 결말조차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 그 경계에서 시청자들에게 깊고 긴 여운을 남기죠.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한동안 멍하니 앉아 박선우라는 인물의 삶과 그의 선택에 대해 곱씹게 됩니다. 과연 무엇이 행복이고, 운명은 바꿀 수 있는 것일까? '나인'은 그 답을 정해주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에게 끝없는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들죠. 이것이 바로 '나인'이 단순한 장르 드라마를 넘어, 웰메이드 '인생 드라마'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면, 시간을 내어 20부작의 위대한 여정을 꼭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최고의 드라마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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